공경/사랑5

일상생활 모든면에서 어찌하면 웃길까?생각하는 맨들

해산물 판매 40여 년 마무리… 
단골들 아쉬움은 어쩌나

하단장은 100년이 넘는 유구한 역사와 전통이 서려 있는 5일 장터이다. 부산 사하구의 대표적인 장터인 하단장의 '하단'은 낙동강의 끝자락이라는 의미가 있다. 

옛날 하단장터에는 인근의 명지, 녹산, 김해, 양산 등지에서 농산물, 야채, 생선 등을 들여와 팔았다. 

개장 초기에는 미곡거래시장으로 유명한 장터였다. 상설시장이면서 2일과 7일에 장이 서며, 직선거리로 400m의 장터가 늘어선다. 수백여 개의 상설 점포와 보따리 노점 상인들이 하단장터를 다양한 물건으로 장식하고 손님들을 기다리고 있다. 예나 지금이나 인근에 명지, 녹산, 대저 등지에서 생산되는 싱싱한 농산물이 많이 나오고 저렴한 가격으로 손님들에게 친절함과 장터의 정을 나누고 있다. 

그런 하단장터에서 한평생 5일장을 지켜 오신 할머니가 계시다. 하단장터에서만 무려 40여 년을 바지락, 미역, 다시마, 홍합, 조개, 파래 등을 팔았다. 배위남(77) 씨는 경북 고령에서 태어나 결혼 후 부산으로 와 하단에 정착을 했다. 그 후 하단장터에서 해산물을 팔며 생계를 이어갔다. 새벽 4시에 새벽시장에 나가 싱싱한 해산물을 도매로 받아와 팔았다. 젊었을 때에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날이 추우나 더우나 장사를 했다. 오랜 장터생활로 단골손님도 많다. 


40여 년간 하단장터에서 살아오면서 가장 큰 보람은 "이 장사로 자식을 키우고 가르친 것이 가장 큰 재산이고 보람"이라고 했다. 그렇다. 그 한마디는 대한민국 전국 장터에 계신 어머니들의 공통분모이기도 하다. 

전국의 어머니들이 장터에 들고 나온 보따리에는 농산물뿐만 아니라 그들의 자식이 함께 들어 있다. 그런 장한 할머니가 이제 2015년 설 명절을 전후해서 장터생활을 마무리 한다. 남은 여생은 편안하게 건강 지키며 즐겁게 살아보겠다고 한다. 그동안 배 씨 할머니와 함께 살아온 단골손님들이 많이 아쉬워할 것 같다. 한평생 하단장터를 지켜 오신 배 씨 할머니에게 감사와 찬사를 보내드린다.

가난해서 못 먹고 못 배우던 시절. 가난을 대물림 받는다면 그것보다 힘겨운 인생은 없다. 헝그리 정신으로 인생을 역전 시킨 사람이 있다. 

그가 바로 부산 하단장터에서 어묵장사를 하고 있는 한정섭(60) 씨다. 한 씨는 고향인 경남 양산시 원동에서 초등학교 2학년을 중퇴하고 부모가 물려준 가난을 박차고 집을 나왔다. 그의 나이 10살이었다. 그 어린 나이에 집을 나와 먹고 살아가기 위해 온갖 궂은 일을 해야 했다. 첫 번째가 이발소에서 머리 감겨주고 청소하는 일, 두 번째가 12살에 약국에서 자전거로 약품 배달하는 일, 세 번째가 18살에 대구 칠성시장 어묵공장 일, 네번째가 서울 청량리 다방의 주방에서 커피 잔 닦고 청소해주는 일, 다섯 번째가 부산 부전시장의 고래어묵 공장이었다. 

어린 나이에 산전수전 공중전까지 경험한 당시의 가난한 소년 한 씨는 어묵에 인생을 걸었다. 1972년부터 어묵공장에서 15년간 근무 후 독립하여 어묵 중간 도매업을 시작했다. 그러던 중에 8년 연하의 아내를 만나 결혼하여 하단장터에서 자리를 잡았다. 가난에서 탈출할 수 있었고 행복한 가정을 만들었다.


한 씨는 "나의 어린 시절처럼 배고프고 가난한 삶을 자식들에게는 물려주고 싶지 않아 죽을 힘을 다해 열심히 살았다"고 했다. 장날에는 새벽 4시에 일어나 장사 준비를 하고 거래처에 배달까지 직접 한다. 그가 어린 나이에 집을 나와 가난을 극복하고 성공하게 된 1등 공신은 아내 이진숙(52) 씨다. 밝고 명랑한 성격을 소유한 이 씨는 남편의 소년시절을 사랑했다고 한다. 그런 행복한 부부가 하단장터에서 만드는 어묵 맛은 그야말로 깨소금 맛이다. 남편은 그동안 고생하면서 살아준 아내에게 아침마다 '고맙다' '사랑한다'고 말해준다고 한다. 쫄깃쫄깃한 어묵 맛처럼 부부의 맛과 정이 온몸으로 느껴진다. 2일과 7일 장이 서는 날에 깨소금 맛 듬뿍 나는 하단장터. 그의 42년 어묵인생에서 배어 나오는 최고의 행복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보면 어떨까. 기분 전환 100배가 될 터이다.



다큐멘터리 사진 작가 이수길